상담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듣습니다.
“화를 덜 내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야지.”
“담배를 끊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건강해져야지.”
변화를 결심할 때는 의지가 단단한 것 같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흔히 이를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변화가 오래 이어지지 않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변하려면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노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물론 목표와 실천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빠지기 쉬운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자기수용입니다.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반드시 이렇게 되어야 한다”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면, 변화하려는 노력은 채찍질이 되기 쉽습니다. 되어야 할 모습은 옳고 현재의 나는 잘못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부정할수록 마음속에서는 저항과 갈등이 커지고, 변화는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게슈탈트치료에서는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이 되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변화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봅니다. 반대로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받아들일 때 변화의 가능성이 열린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변화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1. 변화를 위해 필요한 자기수용과 지지
2. ‘되어야만 하는 자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
3. 변화를 이어가게 하는 자기지지와 타인지지
1. 변화를 위해 필요한 자기수용과 지지
게슈탈트치료에서 변화는 자기부인이 아니라 자기수용을 토대로 이루어집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무엇이 되려고 압력을 가할수록 내면에서는 그 압력에 저항하는 힘도 함께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수용은 자신의 부족함을 좋다고 여기거나 현재 상태에 체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 욕구와 어려움을 피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실패한 뒤 무력감과 부끄러움이 올라올 때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돼”라고 억누르기보다 “나는 지금 실패했다고 느껴서 많이 위축되고 두렵구나”라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동시에 과거에 성취했던 경험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힘도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때로 두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외면해왔던 감정이나 나약하다고 여겼던 모습을 만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기수용에는 자신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지지가 필요합니다.
2. ‘되어야만 하는 자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자기’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겠습니다. 스스로 “이번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봐야지”라고 생각한 순간, 부모님이 단호한 표정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반드시 성적을 올려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스스로 피어난 의욕이 꺼지고, 지금의 자신은 잘못하고 있다는 꾸지람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주어진 “해야만 한다”는 요구가 내 마음의 바람과 접촉할 기회를 막아버린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 내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경험하는지 알아차린다면 변화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친구가 공부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나도 노력한 만큼 성장하고 싶고, 부모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부러움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명확히 알아차리면, 타인의 명령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와 선택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변화의 역설은 노력하지 말거나 현재의 문제를 그대로 두라는 뜻이 아닙니다. 변화하기에 앞서 현재의 나를 적으로 만들지 말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될까?”라고 비난하기보다 “지금 나는 무엇을 느끼며,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라고 묻는 것입니다.
변화는 ‘되어야만 하는 자기’를 억지로 만드는 데서보다, 지금-여기에서 경험하고 있는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자신의 욕구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더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3. 변화를 이어가게 하는 자기지지와 타인지지
자기수용에는 충분한 지지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두려움과 부족함을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것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 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비난받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면 자신의 불안과 부담을 무시하거나 억누르게 될 수 있습니다.
이때 “지금도 애쓰고 있어”, “잘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도 다시 배우고 시도할 수 있어”라고 자신에게 말해주는 것이 자기지지입니다. 자기지지는 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을 모욕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어려움에 깊이 빠져 있거나 힘든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혼자서 자신을 지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격려와 공감 같은 타인지지가 필요합니다. 안전한 관계에서 이해받고 지지받는 경험은 점차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도 이러한 지지를 경험할 수 있는 관계 가운데 하나입니다. 방향을 찾기 어려운 순간에 상담자와 함께 현재의 감정과 욕구를 살펴보고, 자신을 비난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변화를 선택하는 힘을 키워갈 수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현재의 나를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됩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해야만 한다”라는 당위성의 채찍으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자기수용은 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시작될 수 있는 현실적인 출발점을 찾는 일입니다. 지금의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두려움에 압도되지 않도록 자신을 지지할 때 억지로 끌고 가는 변화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변화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기 어렵거나 같은 결심과 좌절이 반복된다면, 안전한 상담 관계 안에서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고 필요한 지지를 경험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