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올 거야. 최선을 다해!”
마음이 힘들 때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에게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걱정하고 격려하는 마음에서 건네는 말이지만,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안 좋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정말 그 생각이 사라질까요? 그리고 무엇을 향해 열심히 노력해야 할까요?
고통스럽고 괴로운 마음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힘든 생각과 감정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는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무조건 없애려 하기보다, 마음속 경험에는 자리를 내어주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마음대로 없애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은 수용하고, 지금 선택할 수 있는 행동에는 전념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마음이 힘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수용과 전념이라는 두 가지 접근을 살펴보겠습니다.
1. 분별: 피부 안과 밖의 경험 살펴보기
2. 수용: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보다 자리를 내어주기
3. 전념: 가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1. 분별: 피부 안과 밖의 경험 살펴보기
수용전념치료에서는 한 사람이 매 순간 두 가지 맥락을 함께 경험한다고 설명합니다. 하나는 생각, 감정, 기억, 신체감각처럼 피부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이고, 다른 하나는 행동과 환경처럼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피부 밖의 경험입니다.
피부 안의 경험에는 불안, 열등감, 후회, “나는 남들보다 뒤처진다”라는 생각,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감각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원하지 않더라도 갑자기 떠오를 수 있으며, 마음먹은 대로 즉시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피부 밖의 경험에는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 누구를 만나고 어디로 움직이는지,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멈추는지와 같이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이 포함됩니다.
외부 상황도 모두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반응이나 이미 지나간 사건, 질병과 사고, 경제적 환경은 원하는 대로 바꾸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지금 내가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지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속 경험과 행동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생각과 감정을 없애는 데 모든 힘을 쓰고 있는지, 아니면 그 감정이 있는 상태에서도 나에게 중요한 행동을 선택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2. 수용: 생각과 감정을 없애기보다 자리를 내어주기
마음속에 열등감이 올라오고 “나는 남들보다 뒤처진다”라는 생각이 반복된다면 무기력하고 힘들 수 있습니다. 이때 사람은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사람을 만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미루기도 합니다.
그러나 특정한 생각을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을수록 오히려 그 생각을 더 자주 확인하게 될 수 있습니다. 감정을 억누르고 회피하는 행동이 잠시 편안함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활동 범위를 좁히고 마음의 고통을 더 크게 만들기도 합니다.
ACT에서 말하는 수용은 힘든 생각과 감정을 좋아하거나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당장 제거해야 할 적으로 대하지 않고, 지금 내 안에 존재하는 경험으로 알아차리며 필요한 만큼 자리를 내어주는 태도입니다.
마음챙김: 지금 일어나는 경험 알아차리기
마음챙김은 지금 떠오르는 생각, 감정, 신체감각을 판단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마치 영화관의 화면을 바라보듯 “지금 열등감이 올라오고 있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생각이 떠오르는구나”라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바라볼 때 감정이 반드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감정에 완전히 압도되기보다, 현재의 상황과 자신의 선택을 조금 더 넓게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탈융합: 생각을 사실이 아니라 생각으로 보기
탈융합은 생각을 생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나는 뒤처진 사람이다”라고 단정하기보다 “나는 지금 ‘나는 뒤처진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두 문장은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생각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게 만들고, 두 번째 문장은 생각과 나 사이에 작은 거리를 만들어 줍니다. 생각이 곧 사실이나 명령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들었던 “너는 왜 그러니?”, “이것밖에 못하니?”라는 말이 마음속에서 자신의 목소리처럼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이 떠오른다는 사실과 그 말이 진실이라는 것은 다릅니다. 생각은 생각이고, 감정은 감정이며, 그것이 나라는 사람 전체를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3. 전념: 가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기
수용은 그저 가만히 참고 견디는 태도가 아닙니다. 불편한 마음과 싸우는 데 사용하던 에너지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과정입니다.
ACT에서는 자신에게 중요한 삶의 방향을 가치라고 부릅니다. 가치는 한 번 달성하고 끝나는 목표와는 조금 다릅니다. “따뜻한 부모가 되고 싶다”, “배우자를 존중하며 대화하고 싶다”,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와 같이 계속해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전념행동은 불안이나 자신감 부족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이 있더라도 가치에 맞는 작은 행동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렵지만 성장과 배움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두려움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짧은 질문 하나를 준비해 모임에 참여해볼 수 있습니다. 배우자에게 서운함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만 친밀한 관계를 중요하게 여긴다면, 비난 대신 자신의 감정을 짧고 구체적으로 표현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전념은 자신을 몰아붙이는 또 하나의 의무가 아닙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확인하고, 현재 가능한 만큼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선택하여 반복하는 과정입니다.
수용과 전념이 만드는 심리적 유연성
마음이 힘들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음속 생각과 감정: 억지로 없애거나 통제하려 하기보다 마음챙김과 탈융합을 통해 알아차리고 자리를 내어줍니다.
- 지금 선택할 수 있는 행동: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확인하고, 그 방향으로 작고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합니다.
ACT에서 말하는 심리적 유연성은 불편한 생각과 감정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불편한 경험이 있더라도 현재 순간을 알아차리고, 상황에 맞게 행동하며,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수용과 전념은 마음을 경직되게 만드는 싸움에서 벗어나 삶의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생각과 감정이 나를 끌고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반드시 없애야만 앞으로 갈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아닙니다. 힘든 마음과 함께 있으면서도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한 걸음 움직이는 것입니다.
불편한 생각과 감정을 피하려는 노력이 일상과 관계를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을 혼자 찾기 어렵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마음의 경험과 행동의 관계를 차분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