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부부상담클리닉] 고부갈등, 남편의 역할과 지혜로운 대처법

갈등 상황에서 서로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는 두 사람

들어가는 말

결혼 후 많은 부부가 겪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고부갈등입니다. 아내와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부부관계까지 흔들기도 합니다.

이때 남편은 “어느 편을 들어야 하지?”, “중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남편의 침묵이나 한마디가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반대로 관계를 풀어내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정서중심부부치료(EFT)의 관점에서 고부갈등 속 남편의 역할과 지혜로운 대처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고부갈등 속 남편이 자주 겪는 어려움

많은 남편이 고부갈등 상황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어머니의 입장을 외면할 수도 없고, 아내의 감정을 모른 척할 수도 없는 딜레마 속에서 갈등이 깊어집니다.

시어머니의 말로 아내가 상처받았을 때 남편이 침묵하거나 “엄마가 원래 그렇잖아. 그냥 넘어가”, “당신이 알아서 해결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편은 갈등을 키우지 않으려고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배우자에게 외면당했다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고부갈등의 내용보다 “남편은 내가 힘들 때 내 곁에 있지 않는다”는 상처가 더 크게 남습니다. 결국 고부갈등이 부부 사이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정서중심부부치료가 말하는 안전한 애착

정서중심부부치료에서는 부부관계를 애착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히 고부갈등을 대신 해결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힘든 순간에 배우자가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이때 남편이 옳고 그름을 평가하거나 아내를 비판하기보다 “그 말을 듣고 많이 힘들었구나”, “당신이 얼마나 애쓰는지 내가 알아”라고 말해 주면 아내는 관계 안에서 정서적인 안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안전감이 생기면 아내도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중요한 질문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내가 힘들 때 배우자가 내 곁에 있는가?”입니다. 남편이 이 질문에 따뜻하게 응답할 때 고부갈등은 부부가 서로를 비난하는 문제에서 함께 해결할 과제로 바뀔 수 있습니다.

아내에게는 지지를, 어머니에게는 존중을 전합니다

남편의 역할은 아내와 어머니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내에게는 “나는 당신과 함께한다”는 정서적 유대감을 주고, 어머니에게는 존중을 유지하면서 부부의 경계를 분명히 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아이들은 왜 이렇게 늦게 자니? 엄마가 일찍 재워야지”라고 말했다면, 남편은 곧바로 공격하거나 침묵하기보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엄마, 아이들이 늦게 자는 게 걱정되시죠. 우리도 잠버릇 때문에 고민하고 있어요. 아내도 매일 애쓰고 있는데 잘되지 않아 함께 방법을 찾고 있어요.”

이 말은 어머니의 걱정을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합니다. 이후 아내에게는 “방금 그 말 때문에 속상했지? 당신이 얼마나 애쓰는지 내가 알아”라고 마음을 확인해 줄 수 있습니다.

부부가 함께 경계와 대응 원칙을 정합니다

고부갈등이 반복될 때는 상황이 벌어진 뒤 그때그때 대응하기보다 부부가 미리 원칙을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양가 부모의 방문, 자녀 양육에 대한 조언, 명절 일정, 경제적 지원처럼 갈등이 생기기 쉬운 주제에 대해 두 사람이 먼저 의견을 나누고 합의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필요한 말을 전달할 때는 가능하면 아들이 직접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는 어머니를 밀어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결혼 후 형성된 부부관계의 경계를 남편이 책임 있게 지키는 태도입니다.

감정이 이미 깊게 상해 부부끼리 대화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상담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고부갈등이 부부 사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며 두 사람에게 맞는 소통 방식과 경계를 함께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맺는말

고부갈등을 해결하려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해와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이 다리 역할을 할 때 관계는 한결 수월하게 풀릴 수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에게는 든든한 지지자가 되고 어머니에게는 존중을 전하면서 건강한 경계를 세울 때, 고부갈등은 가족 모두의 관계를 다시 조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은 부부가 만들어야 할 중요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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